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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첫날부터 장난질이냐?

by ┌ⓑⓒ⅓ 2022. 8. 28.

날짜 : 20210510(1일차)

​② 코스 : 아라 서해갑문 ~ 아라 한강갑문 21km

날씨 : 비옴 13/09도 미세먼지 4 아주좋음

걸은 거리 : 21km

남은 거리 : 612km

오늘의 소비

1. 점심식사 노브랜드햄버거세트 : 9600

2. 디저트 커피 2000

3. 저녁식사 라면등 6700

4. 음료 3000

= 21300

드디어 시작이다. 근데 시작부터 하늘의 장난인가, 비가 주룩주룩 온다. 마치 낙방한 시험날과 똑같은 상황. 앞으로의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주변에서는 내일 가라고 말리고 난리가 났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 하루만 연기하라는 등, 오기를 부려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등, 꽤 수많은 사람의 만류가 있었지만 이번에 지연이 된다면, 아예 출발조차도 못할 것 같은 느낌이다.

 

출발한다.

 

출발 전 부모님의 응원 메시지와 용돈을 보고 이 도전이 얼마나 의미 있음을 새삼 느낀다. 일기예보상엔 오후엔 괜찮다고 하고 그리고 경험상 구름 낀 날이 더 걷기는 좋다. 날 더운 건 더운 거대로 오히려 더 퍼져서 더 힘들 수 있다. 집에서 부랴부랴 버스를 타고 또 지하철을 타고 이 대장정의 시작인 아라서해갑문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지하철 청라도시역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야 도착했던 출발점이라, 출발 전부터 이미 지쳤지만, 뭔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국토대장정을 하려 찾아봤던 수많은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보던 바로 그 시작 인증지점을 직접 눈으로 보니 기분이 묘했다.비가 와서 그런지 날씨도 약간 추웠지만 걷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모든 게 좋았다.

걸어가는 길이 자전거 전용도로다 보니 우선 차랑 분리가 되어있어, 위험할 일이 거의 없었고 (물론 뒤에 오는 자전거가 가끔 스치고 가는 경우는 있었다.) 끝이 아주 자그마한 점으로 보일 정도로 직선주로로 이루어져 있어 지루한 거 외에는 엄청나게 힘들거나 하진 않았다.

생각할게 많은 나로선 코스 선택을 잘한 일이라 봐도 좋다. 하지만 곧 내가 가진 짐이 과도하게 많다는걸 느끼고 있다. 내 욕심 + 부모님의 걱정의 협업으로 쌓인 짐이라 그 무게는 상당하다. ​​다행히 끌고 가는 카트를 가지고 와서 어깨가 힘들 때 땅에 끌어가면서 가니 한결 수월하긴 한데 짐의 양을 줄이는 게 중요해 보인다. 역시 앞으로 나아가는 데엔 가벼워야 한다는 걸 새삼스레 다시 느낀다.

 

오늘 총연습 겸 고작 21km를 걸었다. 1개 인증센터 거리를 걸어갔는데 얕봤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첫날에 익숙하지도 않은 이때 21km를 걷다가 다리와 무릎이 나갈 뻔했다. 게다가 비까지 왔으니 습도도 높아 몸에 물이 머금은 듯 엄청 무겁기도 했다. 걷기 근육이 붙을 때까지는 속도를 잘 유의해야 할 것 같다. 종아리가 시큰시큰한 게 잘못하면 완주하기 전에 바로 응급실로 직행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내일은 서울로 들어가게 되는데 내일은 노량진에 숙소를 잡고 필요한 짐 정리를 해야겠다. 보충할 건 보충하고 택배로 보낼 건 보내고 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힘들고 진짜 아픈데 재미있다. 텐트에 누워있는 지금이 무섭긴 한데 참 좋다. 인증센터 근처라 사람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하고 주황색의 텐트를 바라보며 수군거림이 느껴져서 꽤 무서웠지만 피곤함이 더 크다 자야겠다.